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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세상

국민을 위한 정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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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민주정치는 유권자 속에서가 아니라, 유권자 앞, 아니 언론 앞에서 마치 대형 쇼처럼 이루어지면서 심화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 각 후보 진영의 담론을 보면 국민이라는 용어가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를 금방 알 수 있는데 그렇듯 상투어로 자리 잡은 국민 홍수 시대에 이른바 시민 주권이라는 민주적 이상이 얼마나 공허한 것이 됐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현재 민주주의가 국민국가라는 정치 단위에 기초를 두고 있으므로 다른 말로는 대체될 수 없는 존재 이유가 있고 또 필요한 용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이라는 말이 무차별적으로 과용되면서 민주정치의 다른 언어들이 왜소화 되거나 사라지는 데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국민이라는 표현은 절제되고 줄어드는 것이 정상인데 그 반대의 경향이 점점 커져서 어느덧 국민이 우리 정치를 지배하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집단적 차이와 열정, 그리고 그것에 기반을 둔 파당적 경쟁이 정치의 과정을 활력 있게 만들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그 가치에 맞게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일수록 갈등적이지 않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이견, 차이, 토론, 경쟁을 민주주의의 엔진이라고 부르는 것은 절대 빈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민을 압세워 그런 차이를 초월할 수 있는 어떤 일반 의지가 있는 것처럼 말하며 정당과 같은 조직화된 의견 집단의 공익적 역할을 폄훼하면서 마치 국민 일반과 소통을 잘하면 모두를 위한 공익이 저절로 실현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며 사회 갈등을 표출하고 조직화하는 것을 집단 이기주의라고 비난하며, 토론과 논쟁 대신에 콘서트를 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시대정신을 앞세우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정치가 되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국민을 앞세우지만 그때의 국민은 선량한 백성이나 민원인, 아니면 소비자 이상이 될 수 없는 이런 정치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주권자로서 보통의 시민을 공허하게 호명만 할 뿐 실제로는 더 깊고 넓게 소외시키고 있는 정치를 민주주의라고 불러야 하는 일이 괴롭습니다.

공허한 국민 담론이 정치를 지배하면 내용 없는 여론 정치만 심화될 뿐, 민주적 정당정치는 숨 쉴 공간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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