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현상에 대한 담론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고 일반적인 것은, 한류가 한국의 국가적 위상과 경제력의 향상을 의미하며 따라서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국가적 위상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다분히 자기만족적이고 게다가 국가주의적인 시각입니다. 이는 또한 한류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담론과도 연결이 됩니다. 한국이 문화시장의 주변국 지위에서 벗어나 문화 수출국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다른 나라나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확산하고 문화적 영향력을 키우며,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입니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이나 한류와 관련된 산업의 담당자들이 내세운 한류관은 거의 그와 같은 국가주의나 경제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미시경제학적 시각에서 대중문화의 국제적 유통을 설명하는 논의에 기대어 한국 미디어 산업의 해외시장 진입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작업이 적잖이 이루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시각은 과거 미국 대중문화 상품의 세계 지배를 설명하던 논의의 틀을 한류 현상에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문화산업론적 담론 역시 크게 보면 국가주의와 경제주의의 기본 시각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시각은 한류 현상을 경제논리보다는 문화론의 차원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국내시장의 규모도 크지 않고 문화산업에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도 크지 않은 한국의 문화상품이 아시아 지역에 유통될 수 있는 원동력은 서구와 다른 동아시아 지역의 문화적 근접성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류의 성공 요인을 설명하는 시각에서도 언급되었으나 인종적 유사성과 한자문화권으로서의 언어적 근친성, 유교문화적 전통의 공유 등이 동아시아의 문화 교통을 만들어내는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한류는 동아시아 지역의 문화적 근접성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는 것인데 사실 역사적 맥락은 물론 대중의 현실적 조건과 욕망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유교문화권이나 한자문화권과 같은 전통적 요소가 얼마나 동질적인 문화적 정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적잖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한편, 많은 문화연구자들은 한류를 그저 문화상품의 수출, 한국 대중문화의 약진이라는 프리즘으로 보는 주류 담론의 경제주의와 국가주의를 강하게 비판합니다.
미국의 대중문화가 일방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환경에서 아시아 지역의 문화가 각 나라의 근대화 과정 속에서 섞이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새로운 문화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현상 가운데 하나가 한류라는 시각입니다. 글로벌화의 과정 속에서 전 세계를 미국 문화를 중심으로 한 단일 시장으로 만들어가는 힘이 강하게 작용하는 한편으로, 지역적으로는 국가의 범주를 넘어 권 역화된 문화 정체성이 형성되면서 문화 권력의 탈중심화가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현실을 한류 현상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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