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 나침반, 종이의 발명으로 유럽을 앞질렀던 중국의 과학은 왜 갑자기 정체상태에 빠져들었을까요? 일단 조지프 니덤은 중국의 유교적 세계관에서 해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많은 업적을 남긴 위인들을 뛰어넘기보다 그 테두리 안에서 학문을 했던 유교적인 요소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하학이 꼽힙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기하학보다 산술학과 대수학이 강했고, 이슬람으로부터 기하학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성현들의 업적이 아니라고 해서 이를 외면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중국의 과학이 기하학적 증명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천문학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답보상태를 반복했다는 지적입니다. 그는 중국에서 근대 과학이 발생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로 관료주의를 꼽았습니다.
중국의 관료조직은 초기엔 과학발전에 큰 기여를 했으나 후기로 오면서 과학발전에 제동을 걸었으며, 특히나 유럽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비약적인 발전을 방해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니덤은 중국이 근대 과학기술의 발전에 실패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사회, 경제적인 요인에서 찾았습니다. 유럽에서는 르네상스에 따른 개인의 자각과 상업의 발달, 이로 인한 부르주아 계급의 발생으로 봉건제도가 타파되고 자본주의가 출현하면서 근대 과학기술의 기반이 다져진 데 반해서 중국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체제가 19세기까지 유지되어 근대적 사고의 출현 나아가 근대 과학의 등장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중화라는 사고의 틀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중화사상은 중국인에게 정신적 우월성을 가져다 주었을지는 몰라도 과학뿐 아니라 정치, 경제 모든 면에서 중국의 실질적인 발전을 가로막은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유럽 사회가 경쟁하면서 부국강병의 압박에 시달렸던 반면, 중원을 자부한 중국은 주변의 오랑캐가 침범해오지 않는 한 태평성대가 지속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중국의 폐쇄적 세계관은 자부심과 우월감으로 다져진 중화사상과 맞물려 과학기술 발전을 등한시하게 했던 것입니다. 이성적 사고의 결여도 과학기술의 발전을 저해한 요인의 하나였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과학적 사유의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중국에도 관찰과 검증으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내는 귀납적 사유방식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상향적, 집단적 사고보다 이성적, 비판적 사고와 분석, 실험, 검증 등의 개관적 절차를 거칠 때 번성하게 마련입니다. 중국은 이런 점에서 문화적인 환경이 너무 달랐습니다. 종이, 화약, 나침반 같은 개별 발명품은 누구보다 앞서 고안해냈지만, 이는 필요에 의한 것일 뿐 발명의 원리를 연역적으로 체계화함으로써 이성 중심의 과학으로 발전시키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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